[인터뷰]'결사곡3' 지영산, 인생을 바꾼 마지막 오디션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제 인생 마지막 오디션이었어요. 합격하고 눈물 날 뻔했죠."

무려 8년 공백 끝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1일 종영한 TV조선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3'은 배우 지영산(47)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다. 아내와 딸을 배신한 '신유신' 역으로 중간에 합류했다. 신유신은 전부인 '사피영'(박주미)의 재혼 소식에 분개하고 딸 '지아'(박서경)에게 집착한다. 시즌1과 2에서 배우 이태곤이 구축한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해야 했다. 조금만 잘못해도 기존의 것을 무너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초반에는 쏟아지는 악플에 고통을 겪었지만 한 회 한 회 나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조금씩 신유신을 이해하고 시청자들도 그를 받아들였다. 부담만큼 종영 후 보람도 컸다.

"제작발표회 때 가면 갈수록 어깨 위 짐들이 더 늘어난다고 했어요. 그만큼 많이 부담됐어요. 1회에 첫 등장하면서 느끼하게 '네 맘을 말해줘'라고 세레나데 부르는 신이 있어요. 반응이 정말 안 좋았어요. 그 뒤로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고, 준비하면서 2㎏이 빠졌어요. 새로운 신유신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인데 앞 시즌에 맞춰 연기했어요. 제가 소화해야 하는 신인데 시즌1·2의 신유신만 생각한 게 패착이에요. 원래 목소리가 저음인데 더 낮게 소리 냈고, 과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흔들리는 지영산을 붙잡은 건 박주미와 오상원 PD 그리고 임성한(피비) 작가였다. 그는 "어느 날 PD님이 주눅 들지 말라고, 왜 자꾸 눈치 보냐고 했다. '나는 네가 잘 해낼 거라 믿는다'고 했다. 임 작가님도 한번씩 불러 연기 조언해줬다. 덕분에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극복할 수 있었다"며 "박주미 선배와는 대립하는 신이 많았는데 볼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줬다. 카메라 감독님은 '우리가 기다려 줄테니 마음껏 뛰놀라'고 말했다. 그런 배려와 응원 덕분에 조금씩 괜찮아졌다"고 회상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3는 피영과 '서동마'(부배)의 재혼 과정을 비중 있게 그렸다. 유신은 내연녀 '아미'(송지인)와 살림을 합쳤지만 피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동마와 딸 지아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눈이 뒤집혔다. 피영의 집에 쳐들어와 마음대로 지아 짐을 쌌다. 먼저 가족의 손을 놓아버렸으면서 비굴하게 다시 붙잡았다. 입만 열면 궤변이 튀어나오고 억지가 일상이었다. 지영산은 그런 유신의 행동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정의했다.

"유신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예요. 피영에게는 물론 아미한테도 못되게 굴거든요. 그렇게 사랑해놓고 막상 잡은 물고기가 되니 귀찮아진 거예요. 아미의 진심 어린 걱정도 무심하게 넘겨버려요. 연기하면서 아미한테 가장 미안했어요. 또 자신과 비슷한 처지가 된 '박해륜'(전노민)과 만나 피영과 동마를 뒷담화해요. 루저 된 기분이라고 하는데 정말 갈수록 지질해진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작가님은 대본을 잘 보라고 조언했어요. 그 말대로 대사 하나하나를 유심히 읽었더니 캐릭터의 감정이 다 나와 있더라고요.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는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요. 대본을 그대로 따라갔더니 해석이 쉬워졌어요."


[서울=뉴시스] 배우 지영산. 2022.05.01. (사진=퀀텀이엔엠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임 작가는 배우들이 대사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연기하기를 원한다고 알려졌다. 대본에 컵을 잡는 순서와 방향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다. 특유의 말투와 대사톤에 적응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도 지영산은 임성한 작가의 스타일과 잘 맞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는 "PD님이 대사 하나는 잘 외운다고 칭찬해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대사이지만 패턴을 이해하고 나니 쉬웠다. 자세히 보면 한 줄 한 줄 다 의미가 있다. 민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외웠더니 나중에는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호평받은 명장면은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했다. 13회에서 유신은 피영과 지아를 설득하려다 거부당하고 눈물을 흘린다. 단순한 눈물 연기가 아니었다. 부성애가 있는 아빠로서 흘리는 눈물, 냉정한 유신이라는 인간으로서 흘리는 눈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의 결정은 후자였다. 상처받은 딸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그만큼 딸이 자신의 뜻을 따라주지 않아 슬프다고 생각했다.

"피영과 싸우고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도 선을 지키려 노력했어요. 단순하게 감정 폭발로만 접근하면 보는 사람도, 연기하는 사람도 힘들거든요. 주미 선배가 제 감정을 잘 받아줬어요. 한 신의 대본이 5~6장 정도 됐는데 굉장히 빨리 찍었어요. 어디까지 화를 냈으면 좋을지, 어떻게 이성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PD님, 주미 선배와 셋이서 많이 의논했어요. 덕분에 유신과 피영의 대립 장면의 완성도가 높아졌어요."

'결혼작사 이혼작곡3' 전 공식 프로필상 그의 공백기는 8년이다.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2014년 영화 '한번도 안해본 여자' 이후 활동은 쉽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드라마 '사랑해 사랑해' '미우나 고우나' '달콤한 신부' '영재의 전성시대' '연개소문' 시트콤 '세 친구' '@골뱅이' '오렌지' 등에서 활약했지만 이후 TV에서 자취를 감췄다. 꾸준히 오디션을 보고 작품을 준비했지만 애석하게도 여러 사정으로 제작이 무산됐다.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꾸준히 프로필을 돌리고 연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연극배우들과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다. 이대로 포기하면 평생 땅을 치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묵묵히 준비한 자에게 8년 만에 기회가 왔다. 생애 마지막 오디션이라는 생각으로 '결혼작사 이혼작곡3' 유신 역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 달 내내 오디션을 봤다.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봤더니 오히려 결과가 좋았다. 작가님이 다음에는 좀 더 중후한 느낌, 무게감 있는 목소리와 분위기를 준비해올 수 있냐고, 없으면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 당연히 열심히 준비했고,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눈물 날 뻔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영산은 "앞으로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어떤 캐릭터를 맞을지 모르겠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3'와 유신이는 평생 갈 것 같다. '네 맘을 말해줘'가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는 사진·영상·그림 등 콘텐츠를 통칭하는 말)으로 영원히 남듯 오상원 PD님, 임성한 작가님 평생 감사할 분들이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도리 같다. 시즌4 관련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제작한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은해 기자(pe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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