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환 “생활고에 딸 저금통 깨기도…팬 만들어준 ‘뜨씽즈’, 시즌2 기대해”[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지난 2004년, 32살의 나이에 뮤지컬 ‘노트르담의 꼽추’ 무대에 서며 데뷔를 치른 후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며 신스틸러 활약을 펼쳐 온 이서환. 그런 그가 ‘뜨거운 씽어즈’와 만나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난달 종영한 JTBC 예능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이하 ‘뜨씽즈’)가 화제를 모으면서 테너 팀의 한 축을 맡았던 이서환 역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것.


이서환에게 있어서 ‘뜨씽즈’는 첫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이에 그는 “처음 촬영 들어갈때는 제가 막낸줄 알아서 귀여움을 떨어야 겠다고 생각 했는데, 막상 닥치니 처음이라 그런지 뭘 못하겠더라. 한마디 한마디가 다 저한테 독이 될수도 있고 약이 될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저한테 독이 될 것만 생각 나더라. 한마디 하면 악마의 편집처럼 재미를 위해 쓰일까봐 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첫 회에도 말을 거의 안했다”고 긴장됐던 첫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역시 첫날이었다. 이서환은 “원래 신구 선생님이 출연하시기로 했는데 함께 못 하게 됐지 않나. 신구 선생님과 연극 ‘장수상회’, 영화 ‘천문’을 함께 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오신다는 얘기에 외롭지 않겠다고 생각 했는데, 촬영장에 안 계시더라. 그때서야 못 하신다는 걸 들었다. 저는 눈에 다 익는 분이신데 저를 아무도 모르시는 그 공기가 ‘험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박준면 씨가 들어오는데, 박준면 씨와는 2005년쯤 딱 한번 단막극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분은 주인공이었고 나는 앙상블이었다. 그때 만나서 한번 찍은게 단데 그게 인연이라고 그렇게 반갑더라”라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신영광 PD가 자신을 ‘가장 의외였던 단원’으로 꼽았던 것에 대해서는 “혼성 4중창을 할 때는 누나들 한테 그렇게 애교를 떨었다. 제가 카메라가 별로 없거나 촬영이 아니다 싶으면 평소 성격이 나오고 했는데, PD님이 편집 하시면서 그걸 보신것같다”고 전했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동을 했던 만큼 ‘뜨씽즈’를 이끈 김문정 음악감독과도 인연이 있었다. 이서환은 “‘뜨싱즈’에서는 세상 따뜻하신데, 무대에서는 세상 무서웠다. 제가 ‘명성황후’를 처음 했을 땐 요령이 없어서 소리를 막 냈다. 그랬더니 목이 갔다. 회복되려면 3, 4일이 걸리는데, 마침 4일 째에 (연습실에) 오신거다. 그때 저한테 맨처음 하신 말이 ‘언제 보여주실거에요?’였다. 그 말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그 이후 다른작품에서 뵐때도 감독님이 오시면 노래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허투루 뭘 할수 없더라. 바짝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뜨씽즈’에서 처음 김문정 감독과 재회했을 때도 “방송이고 뭐고 열심히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서환은 “‘오르막길’ 노래를 부르기 전에 ‘오늘은 보여주실 건가요?’라고 물어보시더라. 긴장이 팍 됐다”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나서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시니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총합 990살, 평균 나이 57살 시니어들로 이루어진 ‘뜨씽즈’에는 노래가 익숙한 뮤지컬 배우도 있었지만, 음악과는 무관한 삶을 살던 이들도 다수 포함됐다. ‘뜨씽즈’는 단순히 노래를 잘 하는 것이 아닌, 설사 음치와 박치일지라도 각기 다른 소리를 가진 단원들이 진심을 담아 노래하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감동을 안겼다.


이서환은 16명의 단원들이 한 데 어우러셔 하모니를 완성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장난 아니다. 듣는 분들도 느껴질텐데, ‘바람의 노래’ 무대를 할 때 깜짝 놀랐다. 사실 연습실에서 생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는 에코 효과가 있어서 잘 되는 것처럼 들리는데, 마이크에 대고 부르는 순간 누가 틀리거나 튀는게 다 티가 난다. 그런데 노래 첫마디를 딱 부르는 순간 ‘너무 좋은데?’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 누구하나 겁내는 사람이 없었다. 다 자기 목소리를 냈다. 개인적으로 같은 공식으로 만드는 소리가 아니라 자기 소리를 다 내는데 그거 잘 어우러졌을 때 나오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이 나오더라. 짜릿했다. 제가 우현 선배님이나 (김)광규 선배님을 보며 웃었던걸 ‘바람의 노래’ 무대와 순서를 뒤바꿔서 본다면 난 정말 쓰레기다. ‘이렇게 헤매던 분들이 이런 목소리를 낸다고?’ 싶더라. 표정이 별로 안보여서 그런데 너무 좋았다”고 뭉클함을 전했다.


특히 ‘뜨씽즈’는 시즌2에 대한 여지를 남기며 막을 내려 많은 기대를 자아냈던 바. 이에 그는 “떡밥을 그렇게 크게 던졌으니 시즌2도 하지 않을까 싶다. 출연진 들도 다들 조금씩 기대하는 눈치”라며 “‘시즌2에서 멤버 바뀌면 어쩌지?’ 싶기도 하다”라고 그간 정들었던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서환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아내의 지원 덕이었다. 이서환은 ‘뜨씽즈’에서 “결혼 다음 해부터 오디션에 다 떨어졌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리를 뛰든 알바를 해야 하는데 와이프가 돈을 벌어올 거면 연관된 일을 하라고 해서 버텼다”며 아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저는 그 기억이 너무 크다. 와이프의 말이 힘이 됐는데, 와이프는 기억 못하더라.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미쳤네.. 당장 돈벌어야지!’라고 했다. 눈을 보니까 진짜로 모르는 분위기 였다”고 반전을 선사했다. 그는 “2004년 결혼해서 18년이 됐다. 그때는 대극장에서 연기 했는데 수입 좋아서 많이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니 캐스팅 시스템이 변해서 회사가 없으면 좋은 작품을 하기 힘들었다. 저같은 중년배우를 누가 써주겠냐. 설 자리가 없어지니 개런티도 없고 먹고살기 힘들어져서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매체로 바꿨다. 매체에서는 ‘내일 시간 되세요?’ 하면 바로 튀어가야하는데 작품을 하고있으면 못 하는거다. 감나무에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그때 와이프가 그 얘기를 해줬다”고 털어놨다.


이어 “몇년전 경제적으로 힘들때는 일은 많이 들어왔다. 일은 많이 들어오는데 돈이 안되더라. 경비도 빠져나가고, 개런티 자체도 너무 적고. 회사에도 줘야하고 세금 떼고 하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않는건 거짓말이고, 딱 하나만 남는거다. 그걸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만둬야하나? 다른거 찾아볼까?’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실 빠져나갈 다른게 있었다면 갔을수도 있다”며 “제일 힘들었던건 당장 먹고 살 생활비가 부족해서 딸의 저금통을 깬 적이 있다. 17만원 정도 있더라. 지금은 다 갚았다. 몇배로 갚고 있었다”고 ‘웃픈’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처절하게 지금까지 견뎌온 만큼 이서환은 “현재의 상황그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슴아팠던 게, 제작년부터 저도 일 들어오고 개런티도 높아지니 목돈이 생기더라. 생활비로 쓰고도 남을만큼 돈이 생겼다. 그래서 와이프한테 200만원만 똑 떼서 ‘당신한테 써라. 친구 만나든 옷사든 당신을 위해 써라’라고 했는데 그걸 못쓰더라. 쓰는 방법을 모르는거다. 밖에나가서 내 옷사고 그런다. 그렇게 못쓰다가, 저번주에 처음으로 파마를 했다. 너무 예쁘더라. 예쁜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뜨씽즈’를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팬이 생겼다”는 이서환. 그는 ‘뜨씽즈’와 더불어 KBS2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이하 ‘너가속’)에도 출연하며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작중 유니스 트레이너 김시봉 역을 맡았던 이서환은 “귀여움이라곤 찾을수 없는 평범한 역할인데 방송에는 귀엽게 나오더라. ‘출사표’에서도 40대 중후반의 구의원 역할이었는데, 꼰대 역할인데도 귀엽게 나와서 최근 생긴 팬들이 자꾸 ‘귀엽다’면서 올려주신다. 심지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이정재 씨한테 죽는 역할이다. 죽기 직전 피흘리고 상처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아픈데 귀엽다고 하시더라”라며 “한 10년만 일찍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정확히 50이라는 나이에 ‘귀엽다’는 말을 듣는다는게 어디가서 자랑을 못하겠다”고 머쓱한 기분을 내비쳤다.


‘뜨씽즈’와 ‘너가속’을 병행하면서도 “힘들진 않았다”고 밝힌 그는 “전체 배우들한테 미안할 정도로 편하게 촬영했다. 선수 역할 맡은 배우들이 두달 전부터 트레이닝을 했는데, 저는 트레이너 역할이니 배우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분위기도 보려고 트레이닝 하는 걸 구경하러 갔다. 그런데 트레이닝이 끝날때 쯤 되니까 멀리서 봤을때 선수와 배우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멋있더라. 젊은 배우들이 트레이닝을 할동안 조한철, 저, 인교진 셋이서 계속 수다만 떨었다.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찍어도 되는 건가?’ 싶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연기하고 평소에 긴장되면 풀어주는 역할을 자처했다. 조한철 씨가 특히 그런 역할을 많이 했다. 배우들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걸 보면서 ‘저렇게 하는 거구나’ 라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눈길이 갔던 후배 배우들도 언급했다. 이서환은 “양성실 역할을 했던 전혜원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저 친구 잘한다’ 싶더니 이미 작품을 많이 했더라. 보는 눈은 똑같다는 걸 느꼈다. 심지어 얼마전에 ‘그해 우리는’을 봤다. 김다미, 최우식 배우 다 잘했지만, 거기서 김성철(김지웅 역)을 짝사랑하는 후배가 있다. 그래서 (전혜원에게) ‘걔 잘하더라. 근데 너랑 닮았다’고 했는데 그 친구였더라. ‘말도 안돼!’라고 했다. 이미지가 달라서 못알아봤다. 여기선 사투리도 쓰고 밝은 캐릭터라 더 어려보였다. 그래서 찾아보니 ‘결혼 작사 이혼 작곡’ 등 여러곳에서 나왔더라”라며 “남자 배우는 오선수 역할을 한 빈찬욱이라는 배우가 있다. 그친구도 잘 하는 친군데 많이 눈에 안 띈것같아서 아까웠다. 러브라인도 없어서 분량이 많지 않았다. 평소 하는걸 보면 집중력도 좋더라”라고 칭찬했다.


‘뜨씽즈’와 ‘너가속’으로 상반기를 채운 이서환은 하반기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미 8월 1일 첫방 편성을 확정지은 tvN 새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에서 신귀수 역으로 촬영에 한창인 것. 이밖에도 글로벌 OTT 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드라마에도 출연을 확정지었다고 밝힌 이서환은 “이미 찍어두고 미방영된 영화나 드라마도 몇 개 있다”고 앞으로 더 활발해질 활동을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이서환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예전에 연기를 처음 배울때 배울데가 없어서 많은 배우들의 연기를 분석하고 카피 했다. 그 분들 중 한분이 대본을 써보라고 해서 미친듯 썼다. 그때가 연기를 처음 시작할때 였는데, 써둔 글이 제 기억으로만 20개가 넘는것 같다. 그중에 한 세 개 정도는 교회나 대학로에서 공연을 올렸다. 그때 올렸던 것 중에 ‘오동리 소방서’라는 작품이 있었다. 돈을 많이 벌면 그 작품을 다시 올리고 싶다. 웬만하면 배우들도 그대로 다시 데려와서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꾸준히 올리고 싶은게 목표다. 작가지만 출연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고. 연출하고 창작팀이 모여서 오롯이 제가 만든거니까 그걸 꼭 다시한번 해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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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김나연 (sunday@osen.co.kr)


이서환 “생활고에 딸 저금통 깨기도…팬 만들어준 ‘뜨씽즈’, 시즌2 기대해”[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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